Yoori Lee 이유리

Lives and works in Seoul, KR

이유리는 인간 존재의 유한성과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는 시각예술가다. 강렬한 색채의 화면 구성 속에서 불안과 희망, 욕망과 허무가 교차하는 풍경을 만들어낸다. 사라져가는 것들을 아카이빙하는 동시에, 사회적 구조 속에서 개인이 놓인 위치를 사유한다. 감정과 기억이 축적되는 공간을 즉흥적이고 감각적인 조형 언어로 구축하며, 이를 통해 보이지 않는 감정을 시각화한다.

이유리는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서양화 전공 학사를 졸업했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Living Things》(리아트, 2025)가 있으며, 예술공간 의식주(2024), 온수공간(2023), 팩토리2(2022) 등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에 소장돼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쓸모와 효율을 증명해야 하는 일상 속에서 무언가를 완벽하게 붙잡고 통제하려 애쓴다. 그러나 삶의 가장 내밀한 순간들은 언제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물처럼 유한하고 연약하다. 나의 회화는 지나치게 꽉 쥐었던 손에 힘을 빼고, 대상을 억지로 소유하려는 ‘포착’에서 흐름에 몸을 맡기는 ‘표류’로 나아가는 태도의 궤적을 그린다.

Education

2023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서양화 전공 학사 졸업

Solo Exhibitions

2025
Living Things, 리아트 한남, 서울
2024
Goose Egg, 아르띠앙 서울, 서울

Selected Group Exhibitions

2026
2026 서남예술장, 계림보부상, 광주
2025
Happy Birthday3, 그블루 갤러리, 서울
2024
Pieces of Us, 도잉아트, 서울
1초의 이름과 영원의 시, 예술공간 의식주, 서울
Happy Birthday2, 그블루 갤러리, 서울
Glitter Powder Jam, 레이프로젝트서울, 서울
상상 스펙트럼: 무한한 경계, 언바운드, 서울
Blooms Square, 코너스퀘어, 서울
2023
Gomaui-Gomari, 온수공간, 서울
환상속의 그대: Merry-Go Round, 갤러리 자유, 서울
2022
요정 빵의 맛, 마포아트센터, 서울
무명의 묘지, WWW SPACE, 서울
드로잉 그로잉, 미학관, 서울
소원을 말해봐, 미학관, 서울
남는 벽 빌려드립니다, 상히읗, 서울

Collections

2024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한국

Awards & Grants

2022
‘예술가 창작 활성화’ 시범사업, 마포문화재단, 서울
광명문화재단 청년예술지원 ‘청바지’, 광명문화재단, 경기
2021
광명문화재단 청년예술지원 ‘청바지’, 광명문화재단, 경기

Publication

2024
살아 움직이는 것들, 레이지에자일, 서울
작가 노트

어린 시절부터 나는 무언가를 덜어내는 일에 서툴렀다. 방 안에는 쓰임을 다한 소품들이 쌓여갔고, 기억이 희미해질 때까지 그것들을 방치해둔 뒤에야 비로소 떠나보낼 수 있었다. 이러한 기질은 눈에 보이는 사물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기억과 감정의 영역까지 확장되었다. ‘언젠가 다시 필요할 날이 오겠지’라는 미련, 혹은 찰나의 순간을 영원히 붙잡고 싶은 욕망은 나를 흐르는 시간 속에 억지로 멈춰 세우곤 했다.

일사불란하게 돌아가는 세상의 속도에서 자꾸만 튕겨져 나오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남들보다 밥을 먹는 속도가 느리고, 무언가에 집중하면 주변의 흐름을 놓치는 나는, 역설적으로 그 뒤쳐짐 덕분에 타인이 쉽게 지나치는 풍경을 목격한다. 떨어지기 직전 가장 높이 솟구친 분수의 물줄기, 혜화동 작업실 앞을 지키던 플라타너스의 매끈한 표피, 그리고 도심의 소음 속에 묻힌 새들의 날개짓 같은 것들이다.

나는 그 사라져가는 찰나의 순간들을 캔버스 공간에 수집한다. 우리는 영원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끊임없이 더 나은 삶, 더 높은 위치를 갈망하며 무한한 노동을 자처한다. 나는 그 욕망의 화려함과 그 이면에 도사린 필연적인 허무함을 동시에 바라본다.

나의 작업은 도시에 몰려있는 군중 사이에서, 한 발자국 물러나 세상을 응시하는 멈춰선 관찰자의 기록이다. 불안과 그리움, 욕망과 좌절이 뒤섞인 채 부유하는 현대인의 초상을, 나는 캔버스 위에 가장 생생한 색채로 아카이빙한다. 이것은 나의 개인적인 기억이자,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유한한 삶에 대한 은유다.

Artist Statement

무용한 시간의 채집 - 기능하지 않는 표류에 관하여

나의 회화는 선명한 목적을 가진 세계에서 이탈하여, 흐릿하게 부유하는 존재들을 응시하는 일이다. 캔버스 위를 흐르는 시린 빛깔의 안료와 형체를 잃고 뭉개진 붓질은, 끊임없이 효율과 기능을 강요받는 현대 사회에 대한 소극적이지만 끈질긴 저항의 기록이다.

우리는 ‘무엇을 하는가(Doing)’로 가치가 증명되는 시대를 산다. 그러나 나의 화면 속에 등장하는 대상들은 기능을 멈춘 상태다. <In the Green Ocean> 속의 인물과 동물들은 어딘가에 갇혀 있거나, 목적 없이 배회한다. 도시의 빌딩 숲을 맴도는 새와 좁은 수조를 유영하는 물고기는 탈출을 꿈꾸는 비극적 주체가 아니다. 그들은 그저 거대한 구조 안에서 방향을 잃은 채 둥둥 떠다니며,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살아내는 대신 견뎌내고 있다. 나는 이 무목적의 표류를 무기력이 아닌, 도구화된 인간이 자신의 본질을 지키기 위해 택한 ‘유용성의 유예’로 바라본다.

형식적으로 나는 대상을 축적하기보다 해체하는 방식을 택한다. 강렬하게 시선을 끄는 노랑과 초록의 색채는 생동하는 에너지라기보다, 감정이 폭발하고 지나간 자리에 남은 잔여물에 가깝다. <Candlelight>나 <지나간 자리>에서 보이듯, 형태는 뚜렷한 윤곽을 짓지 못하고 흘러내리거나 캔버스 표면 위로 미끄러진다. 칠하고, 닦아내고, 다시 덮어버리는 행위의 반복은 무언가를 완성하기 위함이 아니라, 사라져가는 감각의 꼬리를 붙잡아두려는 흔적이다.

빠르게 회전하는 세상의 속도에서 튕겨져 나온 나는 멈춰선 관찰자가 된다. 쇼윈도처럼 연출된 식탁 위에는 욕망이 투영된 제스쳐가 움직이고, 화려한 축하 속에 태어난 삶은 <Celebration> 영상처럼 끊임없이 제자리를 맴돈다. 나는 이 반복과 권태 속에서, 기능하지 않음으로써 비로소 존재하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모두가 어디론가 휩쓸려가는 흐름 속에서, 힘을 빼고 둥둥 떠 있는 상태 그 자체를 긍정하는 것. 그 고요하고도 막막한 표류의 풍경을 통해, 우리는 기능하는 도구가 아닌 유한한 생명으로서의 감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